사제동행 독서클럽 4+1 독서활동 내용입니다. 「병원에서 죽는다는 것」을 읽고 10617 이연주 나는 4+1사제동행에 참여하기 위해 이 책을 읽게 되었다. 평소에 사람이 살고 죽는 것에 관심이 많아서 죽음에 관련된 책을 선택했다. 제목만 보았을 때는 그냥 단순히 환자들이 병원에서 죽어가는 이야기를 모아놓은 책인 줄 알았다. 그렇다고 해서 책에 기대감이 없었던 것은 아니고 환자들의 이야기를 통해 독자 스스로 무언가를 느끼게 하는 책인 줄 알았단 것이다. 하지만 책을 1/3 정도 읽었을 때 이 책이 ‘연명지상주의’를 비판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단 걸 알아챘다. 병원에서 죽는다는 것은 무엇일까? ‘어디서 삶의 마지막을 맞이하고 싶냐’하는 질문을 들으면 집이라던가 좋은 기억이 있는 장소를 말하는 사람도, 병원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나는 전자에 해당한다. 삶의 시작은 내가 선택할 수 없으나 마지막은 선택할 수 있는 것인데 굳이 소독약 냄새와 병원 침대 바퀴가 굴러가는 곳에서 소란스럽게 죽음을 맞이하고 싶지는 않은 것이 그 이유이다. 물론 후자가 틀렸다는 것은 아니다. 병원에서 죽음을 맞이한다면 마지막까지 나를 살리기 위해 갖은 시도를 해볼 수 있을 것이다. 일단 시도는 해보고 죽었기에 유가족들의 미련 역시 덜할 수 있다. 하지만 병원에서 죽음을 맞이함을 선택함과 동시에 지긋지긋한 ‘연명지상주의’와도 마주친다. 연명지상주의는 그 과정이 어떻든 간에 일단 목숨을 이어서 살아가는 것을 추구한다. 행여 삶의 기간을 연장하는 과정에서 비인간적이고 비윤리적인 고통이 따른다고 해도 목숨을 이어감에 의의를 둔다. 「병원에서 죽는다는 것」은 그런 연명지상주의를 비판한다. 환자 본인과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호스를 삽입해서 가래를 빼내고, 무의미한 삶의 연명을 위해서 방사선 치료를 감행하는 환자들의 이야기는 연명치료의 이면을 여과 없이 드러낸다. ‘이렇게 살 바에는 죽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지만 환자가 결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가족에 의해, 의사에 의해서 목숨이 아닌 고통을 연장하게 된다. 연명지상주의를 비판하는 것이 주 내용이지만, 책은 환자를 자신의 연구에 피실험체로 사용하는 의사들도 비판하고 있다. 내 동의도 없이 삶의 마지막 순간이 초보 의사의 기관 내 삽관 연습에 사용되고, 수십 년을 함께한 신체가 차갑고 날카로운 금속에 도려내어져 연구에 사용되는 것은 아무도 달가워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일부 의사들은 죄의식 하나 없이 생명의 존엄성을 천시한다. 환자 본인뿐만 아니라 환자의 유가족들에게까지 실례되는 행위라는 것을 모른다. 책 초반에 이 책에 나온 이야기는 모두 실화라고 적혀있었는데, 환자를 실험쥐 취급하는 의사들이 존재한다는 것도 실화라는 게 너무 끔찍했다. 어쩌면 의사가 이 세상에서 가장 많은 사람을 죽이는 직업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연명지상주의에만 근거한 진료 행위로 한 번, 죽고 나서도 하나의 생명체로 취급해주지 않는 실험 행위로 두 번. 책은 책이기에 나는 책 속에 나와 내 주변인을 대입해서 읽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상하게 삶과 죽음을 주제로 한 이야기에는 나와 내 주변인을 대입하게 된다. 내가 손 하나 까딱 못 할 정도의 중환자고 연명치료를 받게 된다면 마지막으로 온 힘을 짜내어 말할 것이다. 죽여 달라고. 그리고 즉시 화장시켜 달라고. 그게 유언이 되어도 좋으니까 내 전 재산과도 바꿀 수 없는 내 생명을 생명으로 대우해달라는 뜻이다. 지금까지 책 「병원에서 죽는다는 것」을 읽고 내가 느낀 점이었고, 내 관심사와 연관 지어 자연사와 안락사의 갈등 문제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어서 만족했던 독서활동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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